책소개 : 진우의 거울 / 김인규
ONG! 2호 예술노동권의 첫 인터뷰어 "발달장애인 독립공간 예술쉼터" 김인규 대표의 신작 "진우의 거울"이 출간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 시각예술가와 지원인력의 협력 관행을 하워드 베커의 '예술세계' 이론으로 분석한 논문을 소개한다.
최근 한국에서 장애예술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확대되면서 발달장애인 시각예술가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창작 활동은 결코 혼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예술가의 곁에는 창작을 돕는 '협력예술가'부터 정보 검색과 이동을 돕는 '부모'까지, 다양한 지원인력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이 '협력'의 현장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국가 지원금이 늘어났음에도 예술 활동에 드는 높은 비용과 가정의 부담은 여전합니다. 또한 지원인력이 발달장애인 예술가의 창작에 "어디까지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쟁점도 끊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이러한 협력의 구체적인 모습을 현장의 목소리로 다룬 연구는 부족했습니다.
연구자가 발표한 이번 논문<발달장애인 시각예술가의 협력관행 연구 - 하워드 베커의 예술세계(art worlds) 논의를 중심으로 ->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이 연구는 사회학자 하워드 베커의 '예술세계(Art Worlds)' 이론을 분석 틀로 사용합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어려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예술은 고독한 천재의 산물이 아니라,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협력하는 수많은 사람의'집단적 행위'라는 것입니다.
연구자는 2024년 8월부터 11월까지 발달장애인 시각예술가, 협력예술가, 부모, 미술비평가 등 1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와 참여관찰을 진행했습니다.
연구 결과, 현장의 협력 관행은 목표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습니다.
'전문가지향' 활동은 발달장애인 예술가에게 큰 성취감과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긴장이 발생합니다. 한 부모는 전문 교육을 받지 못한 자녀가 "재능 있는 독학자"에도, "완성도 높은 전문가"에도 속하지 못해 이중의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또한 '완성도'를 높이려는 지원인력의 개입이 자칫 "창작자의 특색"을 없앨 수 있다는 딜레마가 항상 존재합니다.
반면 '관계지향' 활동은 풀뿌리 형태로 사회적 저변을 넓히는 강점이 있습니다. 협력예술가는 개입을 최소화하고 작가의 고유성을 지키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 유형은 종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지속가능성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2018년 이후 급격히 늘어난 정부 지원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정부 지원은 분명 긍정적인 기회를 창출했지만, '고용'과 '자립'이라는 단기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면서 현장의 경쟁은 치열해졌습니다. 한 협력예술가는 "대회에 나가야 하니까 00호 이상의 그림을 그려내라"는 식의 압박에 발달장애예술가들이 지쳐서 활동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많은 부담은 결국 '부모'에게 돌아갑니다. 특히 전문적인 예술 활동은 월 100만 원 이상의 많은 초기 비용을 요구합니다. 한 부모는 "부모 사후에 소속될 곳이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녀의 예술 활동에 절실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이 연구는 두 가지 유형의 예술 활동이 모두 필요하며, 균형 잡힌 성장이 중요하다고 결론 내립니다. 단기적인 성과나 고용에만 집중하는 정책은 오히려 예술 활동의 장벽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예술가가 주류 예술세계에 전문가로 자리 잡는 것과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풍성한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유연한 지원 정책이 필요함을 이 논문은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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