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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도 ‘쉬운 읽기’가 필요하다: 지적장애인을 위한 접근 가능한 운동 가이드

지적장애인이 운동정보의 이해·접근·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적·시각적 어포던스의 기준을 제시한 논문을 소개한다.

피트니스도 ‘쉬운 읽기’가 필요하다: 지적장애인을 위한 접근 가능한 운동 가이드
쉬운 말, 쉬운 방법으로 접근하는 피트니스 환경

Table of Contents

우리는 흔히 정보화 시대의 정점에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등록된 장애인 중 8.2%를 차지하는 지적장애인의 경우, 단지 4%만이 독립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나머지 96%는 기존 정보에 접근하고 이해하는 데 적절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정보 격차는 특히 운동 및 신체활동 영역에서 두드러집니다. 2021년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지적장애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96.8%가 지원과 도움의 부족으로 스포츠 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연구팀이 발표한 이번 연구는 사회생태학적 장애 모델에 기반합니다. 이 모델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장애는 개인에게 내재된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강점과 한계, 그리고 환경의 요구 사이의 불일치에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접근하기 어려운 물리적 환경이 장애를 만드는 것이지, 모든 개인의 고유한 프로필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델파이 기법을 활용해 특수체육, 특수교육, 체육교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33명으로부터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3라운드에 걸친 설문을 통해, 총 71개 항목 중 43개가 최종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최종 합의된 항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중 운동 7가지: 푸쉬업, 스쿼트, 런지, 플랭크, 힙 브릿지, 레그 레이즈, 스텝박스
  • 머신 운동 2가지: 트레드밀, 고정식 자전거
  • 환경 관련 12개 항목: 의자 조절, 적절한 무게 선택, 기구 인터페이스 이해 등
  • 운동 준비 15개 항목: 손목/발목 돌리기, 스트레칭 등
  • 사회적 에티켓 4가지: 기구 닦기, 물건 제자리에 두기 등
  • 응급 상황 3가지: 호흡 곤란, 부상, 근육 경련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응급 상황과 사회적 에티켓 항목들이 높은 중요도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적장애인이 자기 관리, 사회적 행동, 운동을 배우는 것이 사회적 맥락에서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신체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쉬운 보기와 쉬운 읽기의 결합

연구팀은 단순히 무엇을 가르칠지만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가르칠지도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선행 연구들은 비디오 모델링이 발달장애인의 일상생활 기술부터 걷기 수행까지 다양한 기술을 가르치는 데 효과적임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비디오 모델링은 실제 모델링보다 반복 재생이 가능하고 환경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효과적입니다.

여기에 '쉬운 읽기(Easy-Read)' 형식을 결합했습니다. 쉬운 읽기는 내용, 언어, 삽화, 그래픽 레이아웃을 고려해 가이드를 읽고 이해하기 쉽게 만든 적응된 텍스트 형식입니다. UN 장애인권리협약도 발달장애인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를 위해 이러한 합리적 편의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보편적 디자인의 중요성

연구팀이 지적장애를 가진 성인 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후속 인터뷰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습니다. 참여자들은 가이드를 통해 스스로 운동 방법을 배울 수 있었지만, 두 가지 중요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첫째, 개인의 문해력과 운동 능력에 따라 전문 트레이너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25세 여성 참여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이드가 하라는 대로 했어요. 하지만 제대로 한 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올바른 자세로 운동하고 있는지 누군가가 말해줘야 해요."

둘째, 가이드의 보편성입니다. 모든 피트니스 센터는 공간 디자인과 운동기구 브랜드가 다릅니다. 한 23세 남성 참여자는 "고정식 자전거의 인터페이스가 제가 알던 것과 달랐어요. 결국 가이드를 반복해서 보고 나서 사용법을 배웠지만, 새로운 자전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색상과 언어의 보편적 코드를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트레드밀의 경우 가이드에서 "시작"과 관련된 모든 요소를 녹색으로, "정지"는 빨간색으로, "속도"는 주황색으로 표시합니다. 이를 실제 기구의 인터페이스에도 적용하면, 제조사나 모델에 관계없이 동일한 인지적 어포던스 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QR 코드를 활용해 각 운동기구에서 스마트폰으로 가이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합니다. 카메라 앱을 열고, QR 코드를 스캔하고, 링크를 탭해 비디오를 보는 3단계 안내가 쉬운 읽기 형식으로 제공됩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

연구팀은 한 가지 한계를 솔직히 인정합니다. 이 연구가 장애인 당사자와의 진정한 공동 제작(co-production)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델파이 연구에 장애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았고, 후속 인터뷰를 통해서야 그들의 목소리를 포함시켰습니다.

앞으로는 단순한 형식적 참여가 아닌 '평등하고 경험에 기반한 공동 제작 연구'가 필요합니다. 장애인은 단순한 연구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과 필요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위 연구 논문은 여기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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