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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대통령이 계엄령을 내렸다

발달장애인이 마주한 계엄의 밤을 이야기하며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돌아본다.

내가 뽑은 대통령이 계엄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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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이 마주한 계엄의 밤을 이야기하며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돌아본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역사에서 잊지 못할 밤을 보냈다.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 비상계엄: 내란(우리나라 안에서의 큰 싸움), 외환(전쟁과 같은 우리나라 바깥과의 심한 갈등) 등 매우 심각한 사태로 질서가 무너진 경우 선포될 수 있으며, 영장없이 구속을 하거나 방송이나 출판에 큰 제약을 둘 수 있다.
* 경비계엄: 전쟁처럼 위험한 상황으로 질서가 흔들리는 경우 선포될 수 있고, 비상계엄보다는 덜 강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뉴스의 스크린샷
출처: KTV

대한민국 헌법 제77조에서는 아래와 같이 계엄령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제77조 ① 대통령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②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한다.
③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④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
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헌법 제77조(계엄) 쉽게 보기

① 위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

나라에 전쟁이나 큰 위험이 생기면, 대통령은 군인을 움직여 나라를 지키거나 질서를 유지할 수 있어요. 이때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할 수 있어요.

② 계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 비상계엄: 아주 위험할 때. 영장 없이 사람을 구속하거나, 방송이나 신문을 내보내는 것, 시위하는 것과 같은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할 수 있다.
  • 경비계엄: 덜 위험할 때. 비상계엄과 같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

③ 비상계엄이 시작되면, 특별한 규칙을 정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어요.

  • 체포할 때 영장이 없어도 되는 일
  • 신문, 방송, 모임, 시위 같은 자유를 줄이는 일
  • 법원이나 정부 일을 일부 바꾸는 일

④ 대통령이 계엄을 시작하면, 국회에 바로 알려야 해요.

⑤ 만약 국회의원이 절반 이상 찬성해서 “계엄을 끝내라”고 말하면, 대통령은 꼭 계엄을 끝내야 해요.

과연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1분 1초를 다투는 국가적 비상사태였을까?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많은 시민이 국회 앞으로 바로 달려 나갔다. 계엄군이 총을 들고 국회 안에 진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계속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국회의 소식을 찾아보고, 누군가는 두려움에 떨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국회로 진입 중인 계엄군. 출처: 한국경제

한바탕 계엄 소동이 벌어진 후, 장애인은 계엄령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조차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것이 문제시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재난, 전시, 계엄 등의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 송출이 필수가 아니기에 장애인에게는 명확한 정보가 제공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난 12월 11일 계엄 상황에 장애인 정보접근권 보장을 확대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다. 이 개정안은 계엄을 포함하여 재난/비상 상황 관련 방송 송출 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 송출을 의무화한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인은 방송을 통해 비상계엄이라는 국가적 비상상황을 얼마나 이해했을까? 발달장애인은 12월 3일 계엄의 밤을 어떻게 보냈을까? ONG!은 네 명의 발달장애인 김형사, 하츄핑, 천사, 사자에게 계엄의 밤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 내용은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형식상의 편집 과정을 거쳤습니다.

ONG!: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김형사: 저는 현재 서대문하우스에서 살고 있고, 피플퍼스트에서 일하는 김형사입니다.

하츄핑: 저는 서대문에 살고,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하츄핑입니다.

천사: 저는 법 없이도 잘 사는 천사입니다. 금천구에 살고 있고, 행복두드리미에서 사무와 우편 일을 하고 있어요.

사자: 서대문에 사는 사자입니다.

ONG!: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김형사, 하츄핑, 천사, 사자: 자고 있었어요.

ONG!: 그럼 언제 비상계엄에 대해 알게 되었나요?

김형사: 아침에 일어났는데 사람들이 비상계엄이라며 큰일났다고 했어요. 가짜뉴스인 줄 알고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진짜였어요.

하츄핑: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 보고 알았어요.

천사: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엄마가 알려줬어요.

사자: 다음날 아침에 지원주택 선생님이 알려줬어요.

ONG!: 계엄이 무엇인지 아나요?

김형사: 군인들이 총을 들고 무고한 시민들을 잡아가고, 또 총으로 쏘고. 전쟁나는 거요.

하츄핑: 군인이 시민들을 막 때리고 총도 쏘고 그런거요.

천사: 엄청 안 좋은 거요. 전두환, 그리고 또 이승만이 했던 것. 무고한 시민들한테 총 쏘는 거요.

사자: 전두환.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봤어요.

ONG!: 한국에서 일어났던 계엄의 역사를 아나요?

김형사: 전두환이 광주에 했던 거요.

하츄핑: 막 사람들 쏘면서 죽였어요. 학교 역사 시간에 광주에 대해 배웠던게 기억났어요. 광주 사람들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나라를 지켜야하는 군인들이 왜 시민들을 때리지?

천사: 전두환, 또 이승만도 했어요. 무고한 시민들한테 총을 쐈다고 했을 때 무서웠어요.

사자: 제11대 대통령 전두환. 11대 대통령이 뽑히고 계엄을 했다는 걸 '제5공화국'에서 봤어요.

ONG!: 계엄령이 내려졌다고 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김형사: 큰일났다. 이제 군인들이 들이닥쳐서 나를 잡아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무서웠어요.

하츄핑: 저는 실은 그날 뉴스 보기 전까지는 계엄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설명을 듣고 나니까 고등학교 때 배운 광주 이야기가 생각이 나면서 무서웠어요. 저는 방송국 구내식당에서 일하는데, 일을 더 이상 못 하게 될까 봐요. 일해야 하는데. 아무 데도 못 가게 할 거니까.

천사: 이승만, 전두환처럼 시민들한테 총 쏠까봐 무서웠어요. 저도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자: 무서웠어요. 막 총들고 그럴까봐.

ONG!: 누가 계엄령을 내렸는지 아나요?

김형사, 하츄핑, 천사, 사자: 윤석열.

ONG!: 잘 알고 있네요. 윤석열은 왜 계엄령을 내렸을까요?

김형사: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건 비정상 계엄이에요. 나라가 전쟁 중인 것도 아니고, 비상상황도 아닌데.

하츄핑: 잘 모르겠어요...

천사: 잘 모르겠어요...

사자: 잘 모르겠어요...

ONG!: 이쯤에서 지난 대통령를 떠올려볼게요. 지난 선거 때 투표했나요? 누구를 뽑았는지 기억나나요?

김형사: 네. 윤석열이요....

하츄핑: 저는 재수생 그분.

천사: 쉿, 비밀이지만 저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사자: 윤석열이요.

ONG!: 왜 자신이 뽑은 후보를 선택했나요? 무엇을 보고 판단해서 그런 선택을 했나요?

김형사: 저는 다른 사람 뽑고 싶었는데, 저랑 가까운 분이 윤석열 뽑아야 나라가 잘 돌아간다고 했어요. 옆에서 계속 말해서 마음이 흔들렸어요. 그분은 똑똑한 사람인 것 같아서, 그분 말을 들으면 나라가 잘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츄핑: 그때 제가 살던 체험홈의 선생님이 종이로 온 공보물을 쭉 펼쳐놓고 공약을 다 설명해주셨어요. 알아야 한다고. 그거 듣고 결정했어요.

천사: 저는 처음에는 인상 보고. 인상이 좋아보였어요. 그리고 엄마가 특정 후보를 좋아해요. 엄마가 그 사람은 약속을 잘 지킬 것 같은 사람이라고 했어요.

사자: 가족이 선거날 되어서 저를 찾아와서 갑자기 윤석열을 뽑으라고 했어요. 저는 가족이랑 갈등이 있는게 싫어서....

ONG!: 김형사와 사자는 자신이 뽑은 후보가 계엄을 일으켰잖아요. 기분이 어땠어요?

김형사: 아, 말 듣지 말걸. 괜히 말 들었다. 완전 망했다. 내가 뽑은 사람 때문에 전쟁이 나겠다. 완전 후회했어요.

사자: 드라마 '제5공화국', '야인시대'처럼 되겠구나.

김형사, 하츄핑, 천사, 사자는 가까운 지인의 설명, 80년대를 다룬 시대극 드라마, 또 학교 교육을 통해 계엄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계엄의 밤에 1980년 전두환이 선포한 계엄령을 떠올렸다. 광주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수많은 시민이 학살된 역사를 기억하며 2024년 계엄에 대해 두려워했다. 네 명이 가장 두려워한 건 군인의 총구가 자신에게 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광주민중항쟁 중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 출처: 오픈아카이브
광주민중항쟁 중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 출처: 오픈아카이브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의 총을 맨 손으로 잡은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출처: BBC코리아

TV 뉴스에, 또 스마트폰 유튜브에 울려 퍼지는 계엄 관련한 뉴스는 너무 정신없고 어려웠지만, '큰일이 났구나'라는 한가지 감각만은 선명했다. 그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며 김형사와 사자는 타인의 의지에 따라 투표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후회했고, 하츄핑은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했다. 천사는 자신이 삶의 자부심으로 삼는 정직함과 성실함의 가치가 계엄군의 총 앞에 처참히 무너질까 두려워했다.

ONG!은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의 탄핵, 그리고 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 물었다.

ONG!: 곧 대통령 선거잖아요. 왜 대통령 선거를 다른 때보다 일찍 하는지 알아요?

김형사, 하츄핑, 천사, 사자: 윤석열이 탄핵 당해서요.

ONG!: 윤석열은 왜 탄핵당했을까요?

김형사, 하츄핑, 천사, 사자: 계엄 때문에요.

ONG!: 윤석열이 탄핵당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김형사, 하츄핑, 천사, 사자: 잘 됐다!!!

ONG!: 이번에 대통령 뽑을 때는 어떻게 결정할 생각이에요?

김형사: 직접 공약 보고 뽑을 거에요.

하츄핑: 종이로 오는 공보물을 잘 읽어보고 싶어요.

천사: 제가 보고 제가 믿을만한 사람으로 뽑을 거예요.

사자: 가족 말이라고 꼭 들을 필요는 없다!

네 명의 발달장애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비상계엄으로 인해 탄핵을 당해 현재 대통령 자리가 공석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그들은 단호하고 분명하게 스스로 읽고 판단해서 투표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래서 ONG!은 그들에게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10대 공약을 쉽게 풀어내어 전달했다. 그리고 각 후보와 그들의 소속 정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계엄의 밤 이후 발달장애인의 정치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 본 글의 헌법 해석 및 쉬운말 옮김은 적운콜렉티브의 이예림 변호사가 자문했습니다.

네 명의 발달장애인이 겪은 계엄의 밤부터 탄핵의 아침까지의 이야기는 ONG!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게 정치를 묻다. 다양성 옹호 웹매거진 창간호 [참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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